과소비되는 로컬, 진짜 로컬이 뭐야? - 1부

데모스X
발행일 2023-12-02 조회수 155

 

지역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사람들_김윤영, 금가현, 최지영, 이정인

 
과거 지역 불균형에 대한 해소의 방법으로 나오기 시작한 것이 '로컬'의 개념이었다. 문화, 경제, 인구 등이 집중된 서울 외의 지역의 가능성을 발굴하고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만든 문화와 공간을 소개하고 소비하기 위해 '로컬'의 개념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울 내에 있더라도 '동네'(망원동, 성수동 등)의 핫플레이스를 소개하는 플랫폼을 로컬로 소개하기도 한다. 무엇이 로컬이다, 정확한 정의는 누구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쪽으로만 물류와 경제가 집중될 수록 그 외에 소외되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누리지 못하는 불평등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교통이 불편할 수록 그러한 불균형, 불평등은 더욱 심해지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보기 위한 프로젝트가 바로 DMZ 해커톤이다. DMZ해커톤에 참여한 연천형 리빙랩 팀과 풍경소리 팀은 각각 리빙랩이라는 주민참여형 프로젝트, 여행객 참여형 풍경소리를 제안하는 팀이다. 연천형 리빙랩 팀의 김윤영(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금가현(백학마을역사관(용사후 대표), 풍경소리 팀의 최지영, 이정인 (20대 일반 직장인 겸 청년 활동가) 씨를 만나 이들이 고민했던 로컬에 대해 들었다. 

 
안녕하세요, 지역문제 해결을 하는 프로젝트 <DMZ OPEN 해커톤>에 참여하게 되신 계기와 이유 소개 부탁드려요.
 
김윤영 제가 박사 과정을 하면서 연천에서 연구조사를 했는데, 해커톤을 저희 교수님이 알려주셨어요. 리빙랩을 연구하면서 연천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서, 참여하면 좋지 않을까 했어요. 주제가 '경기북부 DMZ'이잖아요. 연천형 리빙랩을 조사하면서 연천이 주민 활동이 특히 두드러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제가 환경계획학과 중 도시계획을 공부하면서 리빙랩에 대해서 접하게 되었는데, 연천에 적용시켜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어요. 해커톤을 통해 이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 계기로 해보자 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연천에서 박물관과 여행사를 운영하시는 가현 선생님에게 도움을 많이 받아서 함께 해커톤에 참여하게 되었고요.

금가현 저는 연천의 백학역사박물관이라고, 주민들이 만든 물품을 모아서 박물관을 하고 있어요. 자체적으로 여행사를 만들어서 운영도 하고 있고요. 우리 마을 홍보를 좀 자체적으로 해보자 해서 이 활동을 10년 넘게 하고 있어요. 지역을 발전시키고, 수익 사업도 하면서 연천을 좀 알리고 싶어서요. 마을 역량강화교육을 받는데, 이런 걸 연구하는 박사나 석사 분들이 마을에 없으니까 도움을 받을 수 없을까 해서 함께 리빙랩에도 참여하게 되었고요. 이런 공모전이 없을 때에도 저는 청와대 신문고에 마을 관련 제안도 하고 그랬어요. 우리는 어차피 DMZ에 살고 있으니까, 거기서 생활하면서 부족한 걸 이야기하고 그러는 게 필요하죠. 

 

⏶ 연천, DMZ 그리고 해커톤까지 오게 된 계기를 설명하는 김윤영 님
 
 
풍경소리 팀은 지역 주민은 아니신데요. <DMZ OPEN 해커톤>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최지영 DMZ라는 지역의 특수성, 그리고 평화라는 키워드가 해커톤에 참여하고 싶었던 계기 같아요. 저는 일상 살면서 보통 전쟁이나 평화에 대한 인식을 크게 안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서울에서 경보를 새벽에 잘못 울린 해프닝이 있었어요. 그때 불현듯 아 내가 분단국가에 살고 있구나, 전쟁이 남의 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해커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정인씨에게 '우리가 어떤 평화에 대해 말해볼 수 있을까' 하면서 가볍게 시작했어요. 

이정인 지영이 말한 것처럼 저도 전쟁이나 DMZ평화에 대한 자각이 크게 없었어요. 해커톤을 제안받고 어떤 공모전인지 지식을 쌓으려고 검색을 하다 보니 다른 세계에서 일어나는 걸로 여겼던 전쟁이 나의 일이 될 수 있는데, 그거에 대해 전혀 자각을 못하고 있었다는 깨달음이 있어서 함께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풍경소리 두 분은 어떤 일을 하고 계세요?
 
최지영 저는 지역 자치구 중심으로 지역사회 청년들이나 여성 문제를 해결하는 비영리 단체에서 일을 했어요.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그때 정인을 만났고 지역 기반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친해졌어요. 전에는 출판사에서 지역 콘텐츠 일도 했었고요. 그래서 로컬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있었어요. 추상적이지만, 마을이 있어야 내 삶에 안정감이 생기겠다 싶더라고요. 내 마을의 안전함, 일상 속에서 나를 지켜주는 사회적 안전망과 로컬의 중요성에 대해 관심이 있었어요.

 

⏶ 서울 사람입니다. 하지만 지역, 문제 해결에 관심이 있어요. | 이정인 님(좌), 최지영 님(우)
 
 
제안 내용을 만들기 위해 DMZ지역 답사도 하셨다고 들었어요. 인상적인 건 무엇이 있었나요?
 
최지영 이번에 임진각 평화공원을 현장 답사 다녀오면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저희가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데, 민간인 통제 구역이라서 택시 기사님도 출입 제한이 있어서 검사를 받고 오셔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희가 집으로 가려고 택시를 잡았는데 30분 거리에서 오시는 거에요. 서울에서 택시를 잡을 때 한 번도 생각치 못한 부분이었어요. 이 지역의 불편함에 대해서도 생각했지만, 접경 지역이라 다른 부분이 있구나 생각했어요. 

 
리빙랩을 연천 지역에서 연구하면서, 현장에 오래 머무셨을 것 같아요. 이 지역에 대해 새로이 느끼신 게 있나요?
 
김윤영 이번에 현장 답사를 하면서 여러 곳을 봤는데, 최근에 이 지역이 관광으로 유명해지면서 사람이 갑자기 너무 몰려서 오히려 생업에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도 있어요. 여기 관장님처럼 ‘우리 지역을 알리고 사람이 많이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지역민도 있으시고, 또 외부 사람이 많이 와서 차가 밀리고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게 불편하고 싫다는 지역민도 있으세요. 리서치를 해보면 반반인 것 같아요. 같은 지역에 거주한다고 해도 의견이 다른 것은 당연하니까요. 그래도 제가 만나 뵀던 분들은 우리가 하는 노력으로 동네를 긍정적으로 알리고, 지역이 발전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어요. 

 
지역 주민 중에서는 개발에 대한 생각도 다를 것 같아요. 자연환경이 그대로라 외부 관광객이 찾는 곳이지만, 개발이 되고 좀 편리해지면 좋겠다 생각하는 지역민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김윤영 작년에 제가 설문조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이 지역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관광객 입장에서는 당연히 경관이에요. 그런데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조사해봐도 이 지역의 자연이 나의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결과가 나와요. 연천 주민들 역시 지역의 순수한 자연이 나의 만족도, 생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잘 보존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어요. 

 
마을여행사를 하게 되신 것도, 자연을 잘 지키면서 외부 사람들이 이 지역에 와서 쓰는 비용이 마을에 잘 흡수됐으면 좋겠다는 지역 주민들의 바람에서 비롯되었을 것 같습니다. 
 
금가현 맞아요. 처음에는 우리가 관광객을 구경만 했지요. 외부 관광버스가 와서 DMZ 둘러만 보고, 여기서는 돈을 쓸 것도 마땅치 않았았고 우리는 농사 지으면서 버스를 구경만 했고요. 그러다가 DMZ 전선이나 전망대에 외국인들이 투어하는 것을 통일, 외교, 보훈, 국방부 등 정부에서 진행했고 10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관광객이 많이 오기 시작했어요. 자연이 좋으니까 수도권 시민들도 힐링하러 오고요. 우리 지역에 생태 공간, 생물권 보존 지역이 있고 한탄강 유네스코 지질 공원도 조성이 되어있기도 합니다.

 

⏶ 백학마을역사관 대표이자 지역 주민 당사자로서 여러 문제의식과 대안을 얘기하시는 금가현 님
 
 
그런데 지역 주민에게 도움이 되려면 체류형 관광을 해야 하잖아요. 마을역량강화교육을 받으러 다니면, 여기 자원을 활용해서 주민들에게 소득이 되는 사업을 하라고 알려 줘요. 그래서 시작한 게 마을 여행사였는데, 무엇보다 외부 사람들이 진짜 DMZ를 알려면 여기 사는 사람들이 라이브한 관광을 시켜줘야 해요. 숙박을 하고 체류를 하고 지역 주민들과 소통을 해야 거기에 대해 진짜를 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지역 주민이 해설사를 하고 숙박도 해보자, 시작한 거죠. 연천이 쌀도 맛있고, 콩도 유명해요. 일교차가 심하니까 토양이 기름지거든요. 북한에서 내려오는 강이 얼마나 깨끗해요. 북한에서 발원해 연천으로 내려오는 하천이다, 그래서 연천이거든요. 물이 깨끗하고 음식도 맛있고 공기도 좋고 자연이 좋아요. 얼마나 훌륭한 여행지겠어요. 지역 주민들만 아는 공간, 역사적인 사실 같은 것을 우리가 직접 가이드하자, 했어요. 

 
🤔 바로 이 연천 임진각 댑싸리 공원을 위해 주민들이 자신들의 트렉터를 몰고 출동했다는데...?! 다음 이야기로 이어진다. 

 
📝 글 | 김송희
<빅이슈코리아> 편집장. 전 <씨네21>기자. <한겨레> <하이컷> <나일론> <대학내일>, 텐아시아, 카카오 등 온 · 오프라인의 미디어에 대중문화 글을 기고했다. 쓴 책으로 에세이집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이 있다.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 장,단편 심사. 그 외에 책과 영화 관련해 강연 및 연재 활동 중. 고양이 후추의 집사. (인스타그램 @cheesedals)

 
📷 사진 | 엠버 (데모스X1팀 크루)
꺼지지 않는 불씨로 주위를 따스하게 만들고 싶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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