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로컬 발전에 도움이 될까?

데모스X
발행일 2023-11-30 조회수 139

지역 문화를 보존하는 것, 지역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 발전과 보존 사이의 여행문화

 

🌊정유미, 최우석 배우가 나오는 <여름방학>의 한적하고 정겨운 시골 생활을 보고 시청자 대부분은 부러움의 감탄사를 뱉었다. 하지만 <여름방학>의 촬영지는 외진 접경지로 인구 감소로 폐허가 늘고, 상권 쇠퇴로 삭막해져가고 있던 곳이었다. 남북 과거의 아픔이 파도 치는 곳에서 다른 통증이 일고 있는 현재, 빠띠는 시민들과 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인구소멸 지역이나 지역 경제를 발전시킬 만한 특화된 산업이 없는 지역일수록 더욱 관심을 두는 것이 ‘관광산업’ 발전이다. 최근 지자체마다 자구책으로 개발하고 있는 한옥마을이나 해당 지역 특산품을 내세운 다양한 축제도 지역에 관광객 유치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렇다면 로컬 여행은 정말 해당 지역에 선순환을 가져올까? 일부 한옥 마을에서 제기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불편(교통체증과 소음, 쓰레기 투기 등) 외에도 여행객들이 쓰는 비용이 지역에 흡수되도록 하는 데에는 면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지역의 자연을 해치지 않는 생태 관광, 지역 주민이 직접 여행사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은 로컬 여행에 있어서 필수적이다. 경기북부 지역의 문제 해소를 위한 프로젝트인 DMZ OPEN 해커톤 참가팀들이 ‘지역 여행과 관광상품 개발’을 주제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도 여행과 로컬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여행은 로컬에 도움이 될까? 단순하지만 어려운 이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화성시생태관광협동조합의 박혜영 이사와 서스테이너블랩(주)의 서선미 대표(전 플레이플래닛 대표)를 만났다. 


⏶ 화성시생태관광협동조합 박혜영 이사(좌), 서스테이너블랩(주) 서선미 대표(우)

 

'DMZ OPEN 해커톤’에서 멘토로 참여하셨어요. 계기가 궁금합니다.

박혜영 주민이 주도하는 생태관광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을 10년간 해왔기에 기획 단계에서부터 실제 운영에 있어서까지 조언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지역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고 해커톤이라는 방식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제가 일하는 화성은 경기남부 지역이기에 경기 북부에 대해서는 생소함을 갖고 있으면서 그 지역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고요. 

서선미 관광 부분에 있어서 해커톤 방식은 흔치 않기에 좋은 시도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누가 아이디어를 내면 그걸 삼사 후 상업화하는 일반적인 프로세스가 아닌 것도 매력적이었고요. 지역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 방식이 될 아이디어를 여러 사람이 함께 빌드업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기회처럼 생각됐던 것 같아요. 

 

박혜영 이사님, 화성시생태관광협동조합은 지역 여행사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요. 

박혜영 저희가 협동조합 설립 신고를 한 게 2013년이니까 만 10년 차 됐네요. 2017년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어요. 왜 주민이 여행사를 직접 운영해야 할까, 외부에서 오는 여행사들에게 모순을 느꼈기 때문이었어요. 화성 지역의 공룡알화석산지라고 하는 유명한 보호구역에 있어요. 공룡이라는 콘텐츠가 있다 보니 청소년들이 많이 다녀가는데, 관광버스 열 대가 우르르 들어왔다가 나가는 그런 형태였어요. 그런데 그런 여행이 지역에 남기는 게 뭐지? 지역민의 해설이나 지역의 먹거리가 소비되는 게 아니라 서울에서 온 가이드들이 지역을 해설하고, 서울에서 가져온 도시락 패키지를 먹고 지역에 쓰레기를 남기고 가는 그런 형태의 여행들이었거든요. 외부 여행객들로 인해 교통체증과 쓰레기 몸살을 겪고, 지역 주민이 돈을 버는 구조는 아니니까 불합리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불합리를 당사자인 지역 주민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직접 여행사를 운영해 보자 해서 모이게 됐어요. 여행지 해설을 직접 하고, 음식 사업과 숙박업, 체험 사업을 하는 분들이 조합원으로 계세요. 저희 쪽으로 여행객들이 의뢰하면 모든 소비를 지역 안에서 할 수 있고, 참가비 중 80% 이상을 지역에 남겨두는 그런 여행을 하시는 거거든요. 지역의 역사, 자연환경을 저희가 직접 설명하고 지역 문화도 체험시켜 드리면서 지역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화성시생태관광협동조합을 설립했을 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박혜영 이사

 

서선미 대표님, 이든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려요. 

서선미 제가 이전에 하던 플레이플래닛이 공정무역이었다면 이든은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보단 여행 산업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일회용 어메니티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든이 플라스틱프리의 소재 여행 제품을 개발해서 판매하면 열대 우림 지역에 나무 한 그루가 기부되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고요. 버려지는 농식물 부산물들을 업사이클링을 통해 새로운 소재로 만들고 그 소재로 여행에 필요한 제품들을 만드는 거예요. 치약, 샴푸와 린스, 바디워시 클렌저 등 여행 필수품인데요. 플라스틱을 줄이는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만큼 저는 변화할 힘이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소한 것 하나도 여행이기 때문에 특별하기 기록하고 경험하고 기억하잖아요. 친환경이라는 첫 번째 습관을 여행에서 시작한다면 그걸 기록하고 개인 SNS에 올려서 다른 사람들도 더 참여시킬 수 있고,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친환경 옵션이 생활에 하나 더 생길 수 있다고 봐요. 

 

‘DMZ OPEN 해커톤’ 프로젝트에서 ‘여행'을 통해 지역문제 해결을 제안한 멘티에게는 주로 어떤 조언을 해주셨나요?

서선미 DMZ에 막상 여행자들이 왔는데 즐길 거리, 혹은 이 지역을 알릴만한 기념품이나 유무형적 상품이 부족하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팀들이 다수였던 것 같아요. 실행 단계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고민이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었어요. 아무래도 초기 창업 아이디어를 낼 때 시행착오를 겪는 게 아이디어는 의욕적으로 나오지만 이걸 어떻게 실행시킬지에 대한 부분 같아요. 현지에 가서 리서치도 더 많이 해야 하고, 지역민들에게 이야기도 많이 듣는 게 좋다고 멘토링을 했어요. 제가 그동안 했던 경험 중 특히 실패 사례를 많이 공유했어요. 함께 경험하고 축적하고 기억을 만드는 것이 여행의 장점이니까 그런 부분을 강조했고요. 

박혜영 청년들이 제안한 아이디어 중 저도 새로운 영감을 얻은 것들이 많았어요. 포레스트 시네마 연천, 산스장, 풍경소리 이런 분들의 멘토링을 했는데, 특히 인구 소멸 지역인 연천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는 팀들이 인상 깊었어요. 지역 문제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아이디어를 내는 것들은 좋지만, 실행력을 담보하기에 부족한 부분들에 대한 조언을 집중적으로 했어요. 이런 사업들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어떤 행정 기관들과 협력해야 하는지 그런 부분을 잘 모르시고 어떤 예산이 수반되어야 하는지 그 부분에 대한 멘토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공정여행, 로컬여행 영역에서 일을 해오시면서 로컬 여행의 확산에 있어서 어려움을 느끼셨던 부분은 무엇일까요?

서선미 플레이플래닛에서 공정여행을 기획할 때 제가 생각하는 공정여행의 방향성과 조직 밖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리 서비스의 온도차가 커서 힘들었어요. 우리는 그 지역의 문제를 여행으로 해결해 보고 싶어서 히말라야,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열대우림, 필리핀에서는 돌고래 생태투어를 하고 그랬는데요. 직원들도 공부를 정말 많이 했고 현지에 가서도 교육을 일환으로 한 프로그램을 짰어요. 여행자들이 와서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을 즐기고 자연스럽게 교육이 되었으면 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아마추어의 생각이었는데, 그때는 교육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는 변해야 해요. 여행을 통해서 이런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해요' 그러면 고객은 부담일 수 있어요. 여행은 즐거워야 하는데, 우리와 소비자 생각에 온도차가 있었던 거죠. 로컬의 문제점을 여행객에게 자꾸 강조하는 것이 즐거움을 추구하는 여행객들과 괴리가 있었죠. 

 

⏶ ‘함께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서선미 대표

 

프로그램을 만들고 행동함으로써 지역 사회에 변화를 가져왔던 경험이 두 분 다 많으실 것 같아요. '여행이 로컬을 변화시켰던'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서선미 코로나 이전에 진행한 프로젝트 중에 인도네시아 작은 마을 주민들을 한국으로 초대해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최근에 그때 교육 받은 분에게 연락이 왔어요 "우리가 어딜 갔잖아. 거기서 배운 걸로 프로그램을 런칭했어!" 하면서요. 살펴보니 훌륭하게 세팅을 잘 하셨더라고요. 로컬 주민들이랑 트래킹 코스, 쿠킹 클래스, 지역 기념품이나 문화적인 것들을 만들었다고 장문의 메시지를 주셨는데 뿌듯했죠. 우리가 제공한 콘텐츠로 현지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게 눈에 보이니 큰 감동으로 왔어요. 여행 플랫폼을 만들었던 입장에서는 느슨한 연대가 현장에 남아서 그 지역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걸 확인했을 때 '우리가 했던 일이 틀리지 않았구나' 확인하게 되죠. 

박혜영 저희가 10년 전에 지역에서 이런 여행 사업을 하겠다라고 했을 때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어요. 이게 정말 달라졌다 하는 건, 주민들이 먼저 노력하니까 공무원들이 달라졌다는 거예요. 저희가 아무리 화성의 공룡알화석지나 습지, 갯벌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해도 관이 움직이지 않으면 크게 바꾸기 어려워요. 저희가 대외적으로 알려지고, 관광객들을 유입시키면서 공무원들도 '아, 우리 지역이 뭐가 있나보다' 생각하게 됐어요. 덕분에 매암리갯벌이 습지 보호지역으로 지정됐어요. 그리고 제주나 다른 지역에서 화성에 선진지 견학을 오고 계속 교류를 하니까 공무원들도 '아, 우리가 생태관광 선진지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주민 여행사가 뭘 해'라고 생각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정책을 먼저 제안도 할 수 있게 됐고요. 대학원의 동남아 매향리 갯벌 여행 과정에서 저희 협동조합을 소개하면서, 지금은 연구기관과의 협력도 이뤄지고 있어요. 

 

코로나 기간 동안 여행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은 더욱 커진 것 같아요. 여행 프로그램을 통해 여행객이 지역에 대한 인식 변화를 느끼셨던 사례가 있으신가요?

박혜영 여행은 평소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기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지역에서 경험했던 것을 화성에서 똑같이 경험하는 것은 저희도 원치 않아요. 화성만의 독특한 경험을 가지고 가셨으면 해서 저희는 프로그램을 1년 이상 준비해요. A부터 Z까지 화성다움을 추구하는 게 취지거든요. 예를 들어 우음도 향기테라피라는 체험이 있어요. 감국을 이용해 향기를 만드는데, 1년 전부터 감국 채취를 시작해요. 감국을 채취하고 말리고 증류 과정을 거쳐 오일과 증류액으로 분리하고 재료를 1년간 만들어요. 여행자들이 체험장에 들어오면 온통 감국 향기가 나도록 세팅을 해둬요. 그런 상태에서 감국차 시음을 하고 감국 미스트, 샴푸바를 만들어 가면 얼마나 우음도스러워요. 만드는 입장에선 시간, 정성 노력이 들어가요. 그렇지만 집에 돌아가서도 우음도 감국 향이 난다, 화성 하면 이제 그 향기가 떠오른다, 하는 리뷰를 읽으면 힘이 나요. 노력한 만큼 여행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우리 지역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을 지역 주민들이 만들어 간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지역 여행은 지역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혹은 해치게 될까요?

서선미 여행이 꼭 뭘 변화시켜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긴 해요. 여행은 본질적으로 즐겁기 위해 하는 건데, 더불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기여도 할 수 있다면 물론 좋겠지만요. 우리가 이걸로 지역을 바꿀 수 있어? 이렇게 물어본다면 너무 엄격한 잣대가 아닐까 싶어요. 여행이 가지는 영향력이 분명히 있으니까, 이걸 더 나은 방식으로 바꿔 나가자 하는 쪽으로 이야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제가 '이든'에서 하고 이는 일을 예로 들게요. 여행이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플라스틱을 덜 쓰게 할 순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어요. 'HOW에 대한 이야기가 되는데요. 제가 요즘 가장 많이 만나는 주체가 호텔이에요. 대형 호텔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플라스틱을 줄이면 어떨까. 지역 단체들을 만나면 또 거기서 줄여갈 방법을 모색해 봐요. 여행 산업에서 어매니티 플라스틱을 줄이는 게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거죠. 

박혜영 우리가 처음에 뭔가 좀 바꿔보겠다 대안 관광으로서 주민들의 생태관광을 기획했는데요. 획일적인 대형 여행사가 아니라 주민 여행사를 운영하면 주민들의 삶에 여행이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관광으로 발생하는 수입 8~90%가 지역으로 들어와요. 지역 거주민이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니 지역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도 고민하고요. 지역에 일자리 창출도 지속적으로 되고 있고 지역 경제가 발전하는 선순환을 저희는 경험하고 있어요. 그리고 여행자들도 지역의 아름다운 경관에 감동받고 인상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 그 지역을 사랑하게 되잖아요. 일회성으로 즐기는 게 아니라 지역을 지키고 싶다, 이렇게 인식이 바뀌어요. 생태 프로그램, 공정 여행을 모두에게 즐거운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저는 분명 좋은 영향이 있다고 봐요. 그걸 믿기 때문에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는 거고요.

 

🧳우리는 흔히 ‘여행자'의 시선으로 로컬을 바라봤다. 그렇다면 그 ‘로컬'은 진짜 ‘로컬’이었을까? TV 혹은 모니터 또는 우리 눈으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진짜 로컬은 무엇일까?’ 그것을 직접 고민하고, 연구한 시민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 글 | 김송희

<빅이슈코리아> 편집장. 전 <씨네21>기자. <한겨레> <하이컷> <나일론> <대학내일>, 텐아시아, 카카오 등 온 · 오프라인의 미디어에 대중문화 글을 기고했다. 쓴 책으로 에세이집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이 있다. 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 장,단편 심사. 그 외에 책과 영화 관련해 강연 및 연재 활동 중. 고양이 후추의 집사. (인스타그램 @cheesedals)

 

📷 사진 | 엠버 (데모스X1팀 크루)

꺼지지 않는 불씨로 주위를 따스하게 만들고 싶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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